[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사목자는 미련 없이 떠날 줄 알아야”


교황, 자신이 역사의 중심이라고 믿지 않는 사목자는 떠날 줄 안다

“참된 사목자는 자신이 역사의 중심이 아니라, 양떼를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고 타협 없이 봉사하는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미련 없이 떠날 줄 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30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사목자는 마지못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잘 떠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강론의 중심에는 제1독서인 사도행전(20, 17-27 참조)의 내용이 나오는데, 교황은 “어느 주교의 고별”이라고 제목을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오로 사도는 그가 설립한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모든 사목자들은 떠나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순간이 옵니다. ‘다른 곳으로 가라, 저곳으로 가라, 이곳으로 와라, 내게 오너라.’ 마지못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잘 떠날 준비를 하는 것도 사목자가 걸어야 할 여정 중 하나입니다. 떠날 줄 모르는 사목자는 양떼와 좋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거나,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정화되지 못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목자들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의 모든 원로들을 불러모아 일종의 “사제적 권고”를 하며 떠난다. 교황은 사도의 “세 가지 태도”를 부각시킨다. 제일 먼저 결코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는 허세를 부리는 행동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오로 사도는 죄인들 중 최악의 죄인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그렇게 여기고 또 그렇게 말합니다.” 그저 단순하게 “살아온 역사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어서 교황은 이렇게 설명한다. “떠나가는 사목자에게 많은 보람을 안겨주는 일들 중 하나는 타협하는 사목자가 아니었다고 기억되는 일입니다. 그가 타협하며 교회를 이끌지 않았음을 아는 겁니다. 뒤로 물러서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목자들은 양떼를 자기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두 번째 자세다. 바오로 사도는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께 순종한다. “사목자는 여정 중에 있음을 압니다.”

“바오로는 교회를 인도하는 동안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가졌고, 이제 성령께서는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채 길을 나서도록 그에게 요청합니다. 그는 자기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 양떼에게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나갑니다. 그는 봉사했던 겁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내가 길을 떠나기를 원하시는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간다. 다만 투옥과 환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성령께서 내가 가는 고을마다 일러 주셨다.’ 바오로는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은퇴하러 가는 게 아니야. 나는 다른 교회에 봉사하러 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목소리에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곳을 떠나서, 주님께서 내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봐야겠어.’ 타협하지 않는 이런 사목자는 이제 길을 나서는 사목자가 됩니다.”

 

사목자들은 역사의 중심이라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교황은 바오로가 양떼를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한다. 세 번째 자세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는 “큰 역사든 작은 역사든, 역사의 중심”이 되려 하지 않았고, 중심이 아니라 “봉사자”였다. 이어 교황은 속담 하나를 인용했다. “살아왔던 대로 죽고 떠나간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타협 없는 자유”를 가지고 길을 떠난다. “사목자는 그렇게 떠나는 사람”이다.

“매우 아름다운 바오로 사도의 본보기를 통해, 사목자들을 위해, 우리의 사목자들을 위해, 본당신부들을 위해, 주교들을 위해, 교황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그들의 삶이 타협 없는 삶, 길을 나서는 삶, 그리고 역사의 중심에 있다고 믿지 않는 삶이 되고 그래서 미련 없이 떠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랍시다. 우리 사목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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